'타산지석'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기출문제가 아닌 (이때의 기준은 평가원 주관의 기출문제만) 모든 문제에 대한 기본적인 관점으로 딱 들어맞습니다. 이 두 문장을 이해한다면, 나머지 글을 안 읽어도 좋다고 단언할 정도로.
기본적인 관점은 '수능'을 위한 준비라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수학 일반의 학습을 위한 관점과 약간의 차이가 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결정적인 차이는 아닙니다. 예를 들어, 학교의 내신 시험이나 등등에 대비하는 원칙이 수능과 크게 다른 것은 아닙니다.)
첫 번째의 사실. 수능은 '평가원'이 주관하고, 대학교수를 '중심으로' 많은 사람이 '공동의 검토과정'을 통해서 출제됩니다. 이것이 뜻하는 바를 정확하게 알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제가 출제위원으로 참여한다고 해도, '제가 갖고 있는 고유의 지론' - 가령, 제가 갖고 있는 지론 중의 하나는 '로피탈의 정리가 교육과정에 포함되어야 한다.' - 이 있다고 해도, '출제원칙'에 어긋나면 출제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출제위원들이 그러한 문항에 대하여 별다른 문제제기를 하지 않은 경우 출제될 수 있는 것 아닌가…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만, '합숙출제'를 원칙으로 하는 과정에서 그럴 확률은 정말로 낮은 것입니다. (계량화할 수 없긴 하지만, 수능이 연기될 확률보다는 확실하게 낮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출제 이전에는 '출제위원'들이 검토하지만, 출제 이후에는 사실상 전 국민이 '검토'하기 때문입니다. 즉, 출제 이후에 전 국민이 '검토하는 것'이 예정되어 있으며 그런 관점에서 '출제 이전'에 검토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해되시죠??)
사실 이러한 출제과정이 갖는 부작용도 있습니다. 이른바 '전형적인 문제'들조차 '참고서의 문항' 그대로 출제할 경우 시빗거리에 빠질 우려가 있고, 출제단계에서 '유사 문항이 있는가?'가 가장 중요한 - 이런 면에서 저는 불만이 있습니다. 전형적인 문제는 '전형적인 모습'으로 출제되는 것이 학문적으로는 옳은 것입니다. 평가원을 지배하는 원칙은 사실은 '관료적'이긴 합니다. - 검토기준입니다. 따라서 '초반의 위기'를 불가피하게 만들어 내거나, 시간적 여유가 없을 때 매우 난이도가 낮은 전형적인 문제를 틀리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첫 번째의 사실이 '문제가 나빠요…'라는 말이 왜 망언인지를 '증명해주는 것'입니다. 이런 '증명'은 '논증'이라고 합니다. 사실 수학은 '논증'의 한 방법을 배우는 학문인데, 우리 교육적 현실은 이런 것이 무시되어 있습니다. 수학내적 내용의 증명도 안하는 경우가 있고, 심지어 '교과서 증명이 중요하지 않다'는 망언 - 이것이야말로, 있을 수 없는 망언인데도, 여러분은 힘들게 증명과정을 이해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유로 '옳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 도 일반화되어 있으니…
문제가 나쁘다는 여러분이 평가하는 원칙이 무엇인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평가원 모의고사 문제를 '나쁘다'고 하는 경우도 보았습니다. 쉽게 말해서 면접을 본다고 합시다. 면접관이 물었습니다. 어쩌고저쩌고… 이때 여러분이 대답합니다. "질문이 나쁘네요." 글쎄. 소신 있는 행동으로 평가될 수 있을지 모르나, 시험에 합격하겠다는 생각은 없다고 보아야 하겠지요. (모의고사라서 그렇다?? 거꾸로 입니다. 차마 수능문제는 나쁘다고 말하지 못하고 있을 뿐… 사실은 수능문제도 나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평가원이 주관하는 시험은 그 자체로 '기준'입니다. 예를 들어, 저는 산술, 기하 평균에 관한 절대부등식의 단순한 암기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오랜 수능의 역사에서 산술, 기하 평균에 관한 절대부등식의 단순한 암기와 적용이 유리한 문항은 출제된 적이 없습니다. (어디까지나 수능을 기준으로… 입니다.) 그런데 지난번 6월 모의고사 - 수리 '나'형 문항 - 에 이것이 명백하게 유리한 문항을 출제하였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정말 의외였습니다. 아무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고, 여러분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문항은 평가원이 출제범위를 넓혀가는 과정입니다. 평가원 모의고사는 이런 의미에서 출제범위와 소재를 넓히는 '시도'는 합니다. (사실 이런 모든 면을 여러분에게 설명 드리는 것이 무리이긴 하고, 여러분이 알아야 할 수준도 아닌데, 워낙 잘못된 인식과 정보가 횡횡하니… 논증적으로 밝혀드릴 수밖에 없습니다.) - 이 말이 '수학적'으로 산술, 기하 평균에 관한 절대부등식이 중요하지 않다. 이런 것은 아닙니다. 오해하지 말기를…
결과는? 수능에서 복소수의 연산이 내적 연관 문제로 출제되었습니다. 이해되나요?? 평가원은 출제소재가 고갈된 수학 'A'형의 경우에 사실상 고등학교 수학 과정을 '직접적인 시험범위'라고 할 정도로 포함시키는 데 성공한 셈입니다. 이런 시도는 몇 년 전부터 꾸준했고 - 아마도 제가 인터넷강의를 시작할 때부터 고등학교 수학 과정에 대해서 제가 하는 말이 무엇이었는지 안다면 쉽게 수긍할 것입니다. - 이제는 직접적인 범위의 수준까지 확대되어 있다. 그리고 아무도 문제제기를 하지 않으니… '성공'한 셈입니다. (6월 모의고사 해설에서 이런 유의 말을 아마 했던 것으로 기억납니다. 고등학교 수학 과정의 비중의 증가에 대해서…) 모의고사를 통해서 평가원이 말해주고 있는데, 그것을 '듣지 않을 뿐'인 것입니다.
(물론 복잡한 사정이 얽혀 있습니다. 이런 면 모두를 말씀드리면, 여러분이 정신적 충격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저도 '강사'인데, 솔직하게 말씀드려서 이런 것들의 이면에 숨겨진 이야기는 '강사를 그만두었을 때'나 여러분에게 솔직하게 말씀드릴 수 있을 것입니다. 오해는 마십시오. 무슨 '비리' 같은 것은 아닙니다. 강사들이 여러분의 생각과 다르게 '별로 아는 게 없다.'는 그런 류의 이야기입니다.)
두 번째의 사실. 통계적으로 사람들이 '좋다'고 하는 문항들은, 제가 보기에는 - 강렬하게 전달하기 위해서, 여기서 또 제 자랑 좀 합니다. 스스로에 의해서 만들어진 별명이 아니라, 여러분이 저에게 지어주신 별명이 '걸어 다니는 평가원'이며, 아마도 저를 좋아하든 싫어하든 '평가원의 견해를 가장 잘 안다'고는 인정할 것입니다. - '나쁜' - 굳이 이런 표현을 쓰자면 - 문제인 경우가 많습니다. 유명강사들이 '문제 좋다.'고 하는 경우를 저도 가끔 듣는데, 대부분 '문제가 나쁜 경우'가 많았습니다. '문제가 나쁘다.'는 말을 했다는 문제는 '좋은 문제'인 경우가 많았고, 기출문제 중에 버려진 문제 (기출문제를 선별할 때 잘 수록을 잘 안하는 문제들) 중 좋은 문제들이 매우 많습니다. (정말 보석 같은 문제는 심지어 20년간 기출문제집에서도 제외된 것도 있는데, 이유는 '너무 어려워' 할 것 같아서이고, 보석에 해당하는 요소가 아니라 전혀 엉뚱한 것에 집착할 우려가 있기 때문입니다. )
말하자면, 여러분이 문제가 좋다, 나쁘다는 판단하는 기준은 아마도 잘못되었을 가능성이 대단히 높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다는 뜻입니다. 사실 현재 대중적으로 유명한 강사들의 설명방식, 또는 잘 팔리는 책의 핵심은 '잘 구분되어진 세분화된 유형별 풀이'입니다. 실력의 한계에서 비롯된 것이든, 관점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든 '그것이 당연히 가장 상업적'이기 때문입니다. '수학적 원칙'에서 보면, 정말로 터무니없는 설명을 여러분은 '개념적'이라고 하는 경우도 많이 보았습니다.
사실, 문제 자체로만 평가하면 '다양한 접근법을 허락하는 문제'가 좋은 문제의 첫 번째 기준입니다. (문제의 좋고 나쁨을 판단하는 기준에 대해서는 제가 구체적으로 말한 바는 별로 없습니다. 나중에 필 아카데미 같은 곳에서 '수학을 가르치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글에서 본격적으로 이야기해본다는 생각 정도 - 당연히 언제가 될지 모릅니다. 그래도 요즘은 '강사'들 사이에서는 영향력이 좀 생긴 모양이니까 제 이야기를 새겨듣는 사람이 좀 생겨날 것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다호라의 모의고사의 문항'도 좋은 문제의 첫 번째 기준을 만족시키기 어렵습니다. 이것은 당연하게도 '공동의 작업'으로만 가능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평가원 주관의 아닌 모든 문항들은 '분담 출제'가 관행화되어 있습니다. 현실적인 여건 때문입니다. '검토의 과정'을 거친다고 하지만, 솔직히 과거 티치미 모의고사 같은 경우는 제가 출제했다고 말하기 부끄러울 정도입니다. 다호라 모의고사도 제가 출제했다고 말하기 부끄러울 정도일 것입니다. 아마도 다른 경우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고, 교육청/전국연합의 모의고사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실력외적인 부분이므로, 저는 그냥 '그런 여건'을 말씀드리고 있을 뿐입니다.
한 사람이 문제를 출제할 경우에 적당한 출제의도를 갖고 문항을 만들거나, 기출문제를 '자의적'으로 해석해서 문제를 만듭니다. 즉, 어떤 '한 방향의 사고'를 전제하고 문제가 만들어집니다. 시간적 여유가 충분하다면 다른 각도에서 문제를 바라보고, 교정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못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아주 특수한 경우인데 - 제가 특별히 천재적이라는 말 절대 아닙니다. - 어렸을 적에 우연히 '문제를 여러 가지 방법으로 푸는 것'에 더 재미를 느낀 경우입니다. 이것은 아마도 제가 '게을렀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아는 문제가 적었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돌아다니면서' 공부한다고 생각했으니, 문항수를 늘리는 공부는 저의 체질도 아니었던 것일 뿐입니다.
제가 보기에 기출문제의 진정한 의미를 아는 분을 많이 보지는 못했습니다. 지금은 그래도 사정이 많이 나아졌다고 생각하고, 제가 인터넷강의를 시작한 이후에 약간의 변화도 있었다고 자부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꼭 제 강의가 영향을 주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수능이 반복되고 있었으므로, 예를 들어 어떤 요소가 한번쯤 나올 때는 잘 몰랐다가 두세 번 반복되면서 이제는 알게 되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불행은 그렇게 두세 번 정도 반복된 이후에는 출제하는 사람들도 이제는 그런 요소를 출제하면 적응이 되었을 것이라고 전제하는 것이지만…) 제가 보기에 기출문제를 변형한 많은 문제들은 '개악'인 경우가 비율적으로 더 많았습니다.
세 번째 사실. 평가를 목적으로 하는 것과 훈련을 목적으로 하는 것은 다릅니다. 이 말이 이해 안 되면, 수학 이전에 '승부'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물론 연습은 실전처럼, 실전은 연습처럼 하라는 말이 있습니다. 역설적으로 연습과 실전의 차이를 말해주는 것이기도 한데, 이렇게 거창하게 '논증'할 것도 없이, '매일 평가전'만 하는 국가대표 축구팀의 훈련을 여러분이 어떻게 생각할 지 생각해보면 압니다.
훈련을 목적으로 할 때는 예를 들어, 여러분이 '계산이 지저분하다'고 평가하는 문항도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연산능력이 현저하게 부족하다면, '계산이 지저분한 문제'가 가장 좋은 훈련의 소재가 됩니다. 일반적으로 - 개인에 따라 다릅니다만… - 지금 수험생들이 가장 부족한 부분은 '연산능력'입니다. 그리고 시중에서 가장 배척을 받는 문제는 '계산이 지저분한 문제'입니다. 이해되나요?
즉, 여러분은 여러분이 현재 갖고 있는 능력을 기준으로 '문제의 좋고 나쁨을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는 뜻입니다. 내가 목표해야 할 지점을 기준으로 '문제의 좋고 나쁨을 판단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거꾸로 이것은 사람인 이상 당연합니다. 내가 목표한 지점의 구체적인 '경지'을 알지 못하는데, 어떻게 그 지점에서 구체적인 판단을 할 수 있겠습니까. '유명한 책이나 사람'들은, 여러분 '대다수'의 평가와 '일치'하는 견해를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플라톤의 철학은 시사한 바는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 대다수는 수능의 기준에서는 많이 '모자'랍니다.
"문제가 나빠요…" 이 말이 왜 망언인지 이해되나요? 다시 첫 번째 문장으로 돌아가서, 잘 이해못한다고 해도 '타산지석'의 교훈을 생각하십시오. 그렇지 않으면, 특히 지금 이후의 시기에 '수많은 문제'를 풀어야 하는데, 문제풀이를 통해 정작 '훈련해야 할 것'들을 훈련하지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수능에서 필요한 것들을 훈련하지 않는데, 남은 기간을 보낸다면, 사실은 수능을 '내일' 치르는 것과 동일합니다. 이것이 '현자'의 남은 시간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기도 합니다.
구체적인 예들은, 다호라의 법정을 이용하시기 바랍니다. 다호라의 법정은 나름대로 그것에 대한 객관적인 판단을 제공하기 위한 것입니다. 물론 저와 김요왕/이동훈 선생님의 견해가 '객관적으로 우위'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평가원이 직접 하지 않는 이상, 그것은 불가능합니다. 다만 어느 정도 자부심은 갖고 있습니다. 아마도 우리가 알고 있는 어떤 사람, 어떤 기관도 우리보다는 객관적으로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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